셜링턴 쎄시봉 친구들

셜링턴 쎄시봉 친구들

‘쎄시봉’ (C`est si bon)은 ‘멋있다’ (It’s so good)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부드럽고 중후한 목소리의 프랑스 샹송 가수 샤를르 트레네 (Charles Trenet)가 ‘쎄시봉’을 불러 크게 히트했다. 이브 몽땅 (Yves Montand)도 대중화하는데 크게 기여했고, 미국 가수 루이 암스트롱이 리메이크하여 세계적으로 유행시키면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1953년 서울 무교동에 개업했던 한국 최초의 대중 음악 감상실 ‘쎄시봉’의 이름은 거기에서 따온 것이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하루 종일 그 당시 최고 인기 팝 음악, 깐소네, 샹송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이었고,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트윈폴리오 멤버들과 여럿이 이곳에 모여서 통기타 라이브를 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 곳곳에 돌체, 라 스칼라, 르네상스 등 음악 다방이 앞을 다투어 오픈했고, 격조 높은 클래식과 다양한 장르의 외국곡들을 전파하며 성황을 이루었다.

알링톤 로드와 27가 스트릿이 만나는 곳에 셜링턴(Shirlington) 라티노 도시빈민들의 노동 시장이 있다. 일년 내내 일자리를 구하러 몰려온 중.남미 출신의 라티노들이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서성거리는 그곳에 굿스푼의 거리급식이 펼쳐진다.

스페니쉬 경배와 찬송을 좋아하는 셜링턴 쎄시봉 친구들이 함께 팀을 구성하면 솜씨 좋게 찬양하며 예배를 준비한다. 정식 음악 공부를 한 적이 없지만 청감이 뛰어난 세 친구들이 화음을 넣어 부르면 대단한 감동이 있다.

온두라스 떼구시깔빠에서 15년전에 올라온 호세 리까르도(45세)는 주축 멤버다. 덩치가 큰 그는  항상 검정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날이 어둡던지,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에도 벗을 줄을 모른다. 몇 년전 동료와 심하게 싸우다가 오른쪽 동공이 파괴되었고, 흉하게 바뀌면서부터 착용하기 시작했다. 리까르도의 애창곡이 ‘레반또 미스 마노쓰’ (Levanto mis manos, 내 손을 높이 듭니다) 이다.  ‘Levanto mis manos aunque no tenga fuerza, aunque tenga mil problemas, mis cargas se van, 내가 지치고 힘들 때, 인생의 많은 문제로 어려울 때, 나의 짐이 무거워 힘들어 할 때 주께로 내 손을 높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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