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탁동시(卒啄同時)

졸탁동시(卒啄同時)

 

‘졸탁동시’ (卒啄同時)란, 알에서 새끼가 부화 할 때가 되면, 껍질안에 있는 어린생명이 바깥 세상을 향해  나갈 준비가 되었다며 부리로 톡톡 쪼아 어미에게 신호를 보낸다. 상봉의 시간을 학수고대하던 어미도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겉 껍질을 쪼아대며 어서 나오기나 하라고 응답을 한다. 알 껍질을 사이에 두고 혈육끼리 나누는 첫번째 교감이고, 생명 탄생을 위한 신비로운 협력이 졸탁동시라 할 수 있다.

매년 중앙아메리카를 떠나 미국에 있는 혈육을 찾아 무작정 밀입국을 시도하는 어린 라티노들이 부지기수다. 한동안 광풍처럼 떠돌았던 그럴싸한 소문이 멕시코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를 휩쓸었다. “어린이 밀입국 자는 붙잡혀도 추방되지 않고 미국에 살고있는 혈육과 만나게 해준다” 소문의 파급 효과는 컸다. 이후 온두라스에서 매월 13000명, 과테말라 11000명, 엘살바도르 10000명의 십대 초반의 어린이들이 학업을 중단한 채 일가친척이 있는 미국을 향해 대장정의 길을 떠났다.

가장이 떠난 후 어린 자녀들과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던 젊은 마마시따(Mamacita, 엄마)들이 어린아이들을 업고 안고 남편 찾아 삼만리의 길에 올랐다.

바네사 루이스(28세)씨는 임신 8개월째다. 출산이 코 앞이라 걱정이 태산같지만 아이를 미국에서 낳아 잘 먹이고 공부도 번듯하게 시키고 싶어 화물차 꼭대기에 올라 폭염을 견디며 합류했다.

베로니카 술라사르는 어린 삼남매를 남겨두고 남편과 함께 LA에서 살고 있다. 얼마전 쌍둥이를 출산하여 기뻐했었고, 온두라스에 있던 세 아이들과 합류하려고 ‘라 베스띠아’ (La Bestia), 죽음으로 향하는 화물열차 위에 오르게 했다가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애난데일의 한인 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온두라스 출신 마리아 꾸르스(33세)의 고향은 싼 라파엘(San Rafael)이다. 남편과 이혼 후 17세에 낳았던 두 남매를 부모에게 맡기고  미국에서 8년째 거주하고 있다. 두 남매를 곁으로 데려 오려고 피땀흘려 모았던 전 재산을 다 털어 밀입국 마피아에게 건냈다. 큰딸 에르멜린다 (16세)가 $6000달러, 어린 남동생 아론 하비에르(12세)는 $2500달러다. 영수증 없이 코요테와 전화로 거래한 밀입국 수수료(Tarifa de Coyote)가 거액이라 염려도 되었지만 두 아이들이 무사히 올 수 있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며 지불했다.

온두라스 두번째 도시 싼 뻬드로 술라에서 출발하여 과테말라를 거쳐  멕시코 치아파스의 아리아가 (Arriaga)까지 910km 를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멕시코를 종단하여 마리아의 품에 안기려면 4200km 를 더 달려와야 한다. 해안도시 베라꾸르스 (Veracruz)를 거쳐 몬떼레이(Monterrey), 그리고 국경도시 마따모로스(Matamoros)를 지난 후  콜로라도에서 발원하여 멕시코만으로 흐르는  브라보(Rio Bravo) 강을 건너야 미국 땅에 발을 딛게된다. 강은 물이 깊고 물살이 빨라 성인 라티노들도 도강하다 휩쓸여 종종 익사체로 발견되는 음산한 죽음의 강이다.

엄마 얼굴이 점점 희미해진다며 전화기 넘어 훌쩍 거리는 막내의 울음은 종일 가슴을 후벼 팠었다. 더욱이 미국에 식구가  산다는 것을 안 폭력배들이 돈을 갈취하며 살해 위협을 가했다는 어린 아들의 두려움에 찬 외마디는 마리아의 목에 깊게 박힌 생선 가시처럼 쓰리고 아프게 했다.

멀고 험한 여정 속에 있는 두 남매가 살려달라며 마리아에게 신호를 보낸다. ‘아욱씰리오 마마시따’ (Auxilio, 엄마 살려 주세요).  

가엾은 두 남매가 아반도나도(Abandonado, 의지할 곳 없는)처럼 버려지지 않도록, 강을 건널 때 물이 침범치 못 하도록, 거치른 광야를 지날 때 불뱀과 전갈이 달려들지 못하도록…마리아의 졸탁동시 기도는 그들이 도착하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