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블루 쉘터에서 만난 사람

볼티모어 다운타운을 가로 지르는 83번 고속도로와 폴스웨이가 만나는 곳에 볼티모어 시 보건국에서 마련한 코드 블루(Code Blue) 홈리스 쉘터가 있다.  도시빈민들, 노인들,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채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불우 이웃들을 돌보려고 건립된 쉼터다. 사시사철 운영되지만 특별히 쉘터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때가 겨울철 혹한기다.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된 노숙자들, 장애우들, 출산 일정이 임박했는데도 여전히 풍찬노숙하는 임산부 등 약 300여명을 저체온증으로부터  생명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는 응급 숙소다.  

과테말라  꼬방이 고향인 빠울리노(52세)는 십일년 전에 아홉 남매와 아내를 남겨두고 미국으로 왔다. 손바닥만한 텃밭에서 열심히 농산물을 키워 열 식구 생계를 책임져 봤지만 끼니를 때우기에도 턱없이 부족했고 점점 자라가는 아홉 남매들의 양육, 교육, 장성하기까지 뒷바라지를 할 수 없게되자 고향을 등지고 볼티모어에 정착했다. 페인트 공으로 성실하게 일을 했고 기초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식구들에게 송금하는 것을 낙으로 살았던 그였다. 어느날 퇴근 길에 흑인 홈리스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주급 600달러를 강탈당한 후 둔기에 머리를 맞고 실신했다. 가족들에게 송금할 피 같은 돈을 다 털리고 심하게 상처를 입고 버려졌던 그는 실의에 빠졌고 깊은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다 끝내는 홈리스로 전락하고 말았다.  

3년전에 거리에서 만난 노숙자 여성 애쉴리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잠시 행복했었다. 그들의 보금자리는 볼티모어 외곽에 사람의 인적이 끊어진 허물어져가는 건물 한모퉁이였다. 겨울엔 엄습하는 추위에 떨어야 했고, 여름엔 푹푹 찌는 더위와 흡혈 곤충들의 공격이 힘들었지만 둘은 서로 사랑했고 열악한 환경에서 꼭 살아남아 멋진 미래를 만들어 보자고 속삭이며 손을 맞잡았던  연인이었다. 얼마 후 둘 사이에 어린 생명이 태어났고 애쉴리는 산후 우울증으로 몹시 괴로워하더니 한동안 중단했던 헤로인을 다시 손대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구걸을 한 후 수입이 생기면 곧바로 헤로인을 주사했고 환각에 도취된 채 어린 생명도 건사할 수 없으리만치 망가지더니 끝내 폐인이되고 말았다. 졸지에 어미 잃은 어린 아들을 안고 거리를 전전하게되자 볼티모어 시 정부는 양육 부적격 사유를 적시했고 아이를 빼앗아 다른 가정에 위탁시키고 말았다.

보스턴 글로벌미션 교회 청소년들과 굿스푼 볼티모어 도시선교 팀이  220인분의 무료 급식과 생필품 선물 백을 마련하여 코드 블루 쉘터를 찾았을 때 수십명의 홈리스 속에 섞여있었던  빠울리노는 더 이상 소망없는 홈리스가 아니었다. 에스뻬란사(esperanza, 소망)가 얼굴과 마음에 반짝거리는 순박한  라티노 가장의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그를 건져 올려주신 전능자 하나님께 감사하는 빠울리노가 쉘터 앞 공터에서 무릎을 꿇고 간구한다. 열심히 일을 해서 방 한칸이라도 마련한 후 빼앗긴 어린 아들을 다시 찾아 온 후 행복한 스윗홈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께 디오스 레 벤디가’  (Que Dios le Bendiga, 하나님의 축복 가득하소서 !)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