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와 보드카

홈리스와 보드카

동토의 제국 러시아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춥다. 겨우내내 수은주마저 얼려 터트릴 혹한의 추위, 음산한 날씨로인해 무료한 생활이 계속될 때 저들은 생명의 물을 필요로 했다. 언 몸을 녹여주고 우울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비한 생명의 물을 러시아어로 '지즈네냐 보다' (Zhizenennia Voda) 라 한다. 세월이 지나며 간략하게 '보다'로 부르다가 '보드카'(Vodka)라 정하고 음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발틱해 주변, 폴란드, 벨라루스에선 보드카가 단순한 독주로 사용되기 보다는 신비한 술, 만병통치 약, 생명수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8세기에 폴란드에서는 보드카 비슷한 증류주를 만들어 음용했고, 러시아에서는9세기부터 보드카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14세기 부터는 황제와 귀족,  평민과 농노에 이르기까지 모든 러시아인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술로 자리 잡게 되었다. 보드카는 잠시나마 혹한의 추위를 잊고 가족들, 이웃들과 웃고 떠들면서 소원했던 관계도 회복하는 행복의 묘약으로 활용됐다.

보리, 호밀, 감자, 옥수수, 사탕무우, 빨간 무우(BEETS), 포도, 당밀, 사탕수수로 보드카를 만들 수 있다. 재료를 발효하여 맥주와 비슷한 술을 만들고, 이를 여러번 증류기로 증류하면 순도 95% 이상의 중성의 에탄올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증류수를 부어 알코올 도수를 낮춘 후 자작나무 숯이 든 여과기에서 8시간에 걸쳐 20번 이상 천천히 여과시킨다. 여과용 숯의 종류와 제조 방법, 건조 상태에 따라 보드카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목탄뿐만 아니라 이산화 규소 (SIO2), 모래로  여과시키면 원료에서 나오는 거친 맛, 역한 냄새를 거를뿐만 아니라 가장 맛있으면서 건강을 적게 해치고, 흡수도 잘되는 무색, 무미, 무취의 투명한 보드카를 만들 수 있다.

시트러스나 바닐라, 오렌지, 크랜베리 향을 첨가하여 칵테일을 만들 수 있고, 커피나 깔루아를 넣어서 만드는 블랙 러시안, 오렌지 쥬스를 섞으면 스크류 드라이버, 토마토 쥬스와 여러가지 재료를 첨가하여해서 만드는 블러디 메리는 모주꾼들의 해장용으로 자주 애용한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강렬한 취기에 매력을 느낀 라티노 도시빈민들도 보드카를 선호한다. 새해 첫번째 거리급식이 있었던 랭글리파크에서 만난 에르난데스(29)가 보드카에 취해 비틀거린다. 술에 쩔어 여전히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검정 비닐에 담긴 보드카 병을 양식처럼 꼭 붙잡고 있다. 영하의 날씨가 맹위를 떨치던 긴긴 겨울 밤 애난데일 한인 교회 처마 밑에서 노숙하던 세사르가  동사직전 병원으로 실려갔다. 추위를 피하려, 외로움을 털어버리려 노숙 동료들과 초저녁부터 마셔댄 독주는 저들의 몸과 정신을 마비시키고 끝내는 생명까지 위협한다. 북풍한설을 고스란히 맞으며  노숙하는 도시빈민을 위해 따뜻한 정성과 사랑이 나눠져야 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