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이 떠난 호세

어처구니 없이 떠난 호세

돌로 만든 믹서기가 맷돌이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녹두, 엿기름, 서리태를 갈아 풍성한 먹거리를 만드는 슬로 푸드 메이커 (Slow Food Maker) 이다.

투박해 보여도 과학적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맷돌은  ‘곰보 돌’이라  불리는 현무암을 일만번 쪼아야  비로서 둥글 넓적 해 진다.   석질(石質)이 거칠고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라야  곡물을 잘 갈 수 있고, 마찰로 발생하는 열을 방출하여 식재료 변질을 방지할 수 있다.

돌끼리 맞물려 갈면 미세한 돌가루가 섞이지 않을까  염려 했다면 기우일 뿐이다.  오목하게 파여진 샘에 곡물을 넣고 어처구니를 잡아 돌리면, 곡물 두께만큼 살짝 떠서 돈다. 순식간에  파쇄(破碎) 되면서  제분(製粉)까지 끝낸  고운 가루엔 파괴되지 않은 영양소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능숙한 석공이  아래  위짝을  다 만들고 난 직후  마지막 공들이는 작업이 ‘어처구니’를 끼우는 일이다.  아무리  유용한 맷돌이라 할지라도 손잡이 격인 ‘어처구니’가 없다면  한낱 돌짝에 불과하다.  너무  어이없고 기가막혀  안절부절 할때,  마치 맷돌에 손잡이가 없어 당혹스러워 할 때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한다. 

지난 4월 2일, 애난데일 라티노 도시빈민들이 밀집 해 살고 있는 페어몬트  가든 아파트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 호세 라미레 스 (36세)가 숨진채 발견됐다. 흉기에 찔려 숨진 그의  시신을 본 아파트  주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용의자는 지난 겨우내내  호세의 술 친구였던  우발도 로뻬스 (31세)다. 술이 거나해지자 둘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날카로운 가위로 찔렀던 것이다 . 호세와 우발도는 온두라스 출신으로 굿스푼 거리급식 현장에 가끔 나타나 먼 발치에서 서성거리다 점심을  받고는 슬그머니 사라지던 형제들이다.

온두라스를  떠나 미국으로 향 했을 때 호세는 ‘라 베스티아’(la Bestia, 짐승,  죽음의  화물 기차)’ 지붕 꼭대기에  앉아 위험 천만한 밀입국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기약없이  떠나는 아들의 무운장구를 빌던 그의 노모는 하염없이 울었다.  수많은 기억들을 내려 놓은 채 국경 도시 노갈레스(Nogales)에 도착하였고, 동향 친구들이 있는 애난데일 에서 일일 노동자로 고단한  삶을 시작했던 그였다.  그가 살던 허름한 아파트 한쪽에  티 셔츠 두벌, 땀에 쩔은 모자 하나,  가족 사진  몇장, 약간의 용돈이  그의 유품이됐다 .

매년 50만명 이상의 중미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돌, 벨리스, 멕시카노들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그중 약 40만명은 국경 이민세관 경찰에 붙잡혀 강제 추방을 당하고, 약 800-1000명의 라티노들이 죽는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주변은 이미 커다란 공동묘지 (cementerio)화 되고 있다. 

온두라스에 만연한 가난, 부패, 마약, 폭력 조직들의 암약들이 무섭고 싫어서 밀입국 했던 호세가  ‘엘 뜨렌 데 라 무에르떼’ (elTren de la Muerte, 죽음의 기차) 를 타고 황급히 떠났다.   금의환향을 학수 고대하는 그의 가족들의 기대는 저버린채 ….. 

(도시빈민선교: 703-622-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