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더 힘든 라티노 노숙자들

여름이 더 힘든 라티노 노숙자들

 

버지니아 알링턴 카운티는 전국에서 살기 좋은 50대 도시 중 최상위에 속한다. 부자들과 미혼자들을 위한 최고 지역 중 하나로도 손꼽힌다. 포토맥 강을 사이에 두고 워싱턴 DC와 마주하고 있어 연방정부 기관들(국방부, 국립묘지, 마약수사국, 교통안전처, 레이건 내셔널 공항)과 대기업 본사들이 즐비하다. 주민 2/3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있고 연방정부와 대기업에서 취업해선지 주민 평균 연봉이 10만달러를 상회한다. 평방 마일당 8400명으로 전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이지만 치안 상태가 양호하고 문화시설이 다양하다.

지역 인구는 약 20만명으로, 백인은 전체 주민의 63.8%, 라틴계는 15.4%를 차지한다. 아시안은 9.9%, 아프리카계가 8.9% 다. 
워싱턴 디씨 방면으로 395 도로를 타고 가다가 사우스 글리브로드(S Glebe Rd) 쪽으로 나가면, 페어팩스 서북쪽에서 발원한 포 마일 런(Four Mile Run) 개울을 만난다. 개울 건너편이 라티노들이 ‘치릴라구아’라고 부르는 알렉산드리아 지역이다. 개울가를 따라 알링턴 카운티가 지역 주민의 스포츠 활동을 위해 둘레길을 만들었다. 안전과 미관을 고려하여 시멘트로 2차선 트레일을 만들었고 난간까지 설치하여 자전거 하이킹과 조깅을 하는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그 둘레길 다리 아래 으슥한 곳에 라티노 도시빈민들이 노숙하고 있다. 홍수 피해를 방지하려고 돌무더기로 방조 둑을 높이 쌓았고 쇠그물로 단단히 묶어 놓은 그곳은 좁고 위험하여 노숙하기엔 최악의 장소다. 뽀족한 돌들이 비수처럼 등허리를 찌르고 촘촘한 쇠그물망이 덫처럼 솟구쳐있어 자칫 미끄러지는 날엔 생명까지 위협할만한 위험한 곳이다. 어두 컴컴한 다리 밑 비탈진 공간에 나무를 대어 경사를 잡고 누렇게 변색된 지저분한 스폰지를 매트리스 삼아 잠을 청한다.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 할 수 있는 곳을 애써 찾다가 비교적 은폐하기에 적당한 다리 밑을 찾았고, 라티노 낙오자들의 처참한 생존의 현장이되고 말았다.

라미로 아르칠라(56세)는 과테말라에서 올라와12년째 알링턴에 거주하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회복 불가능한 노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몸이 바짝 야윈 그에게선 늘 술 냄새와 암모니아 역한 냄새가 코를 쥐게한다. 일주일에 한번 친구 집에서 동냥받듯 샤워를 하지만 쓰레기 하치장 같은 다리 밑 노숙 생활에서 밴 냄새는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에밀리오(46세)는 키가 작고 유난히 수염이 짙다. 멕시코 마약왕 엘 짜뽀 구스만과 비슷해서 ‘엘 짜뽀’로 불리는 그는 라미로의 노숙 동료다. 지난 겨울 기록적인 눈 폭풍 속에서도 둘은 기적적으로 동사를 피했다. 외로움과 추위를 털어내려 독주에 쩔어 한겨울을 났더니 코끝이 단풍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업라이트 피아노를 거뜬히 옮길만한 완력을 갖고 있는 아르만도(58세)는 칼끝처럼 날이 선 돌 무더기 위에 카톤 박스를 깔고 그 위에서 노숙생활을 한다. 에스키엘(49세) 과 오스까 베르무데스(40세)는 현재 알링턴 감옥에 한달째 수감되어있다. 다리 밑 노숙 현장 출입을 금한 경찰의 경고를 무시한 채 술에취해 배회하다가 쇠고랑을 찼다.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하나님의 고귀한 영혼이 아무런 보살핌 없이 방치된 채 서서히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살을 에이는 겨울 추위보다 하천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이 더 힘겹습니다”  라티노 노숙자들을 위해 행복의 부스러기를 모아서 저들을 돌아봐야 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