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매트리스

빈대 매트리스

[워싱턴 중앙일보] 
김재억 목사/굿스푼 선교회 대표
기사입력: 12.16.11 18:31

애난데일 에버그린 4209 번지에 위치한 작은 이층 건물을 굿스푼 선교회가 만 7년째 사용하고 있다. 2004년 창립하던 해에 입주하여, 매년 2만명의 도시빈민들을 위한 선교, 구제, 쇼셜서비스,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선교의 요람으로 활용하고 있다. 
 
1층 주방에는 여러대의 냉장, 냉동고, 스토브, 조리대,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다. 매일 다양한 봉사자들이 방문하여 기증된 식품들을 조리하여 도시빈민들을 위한 '사랑의 점심 도시락'을 만드는 곳이다. 이층 사무실은 선교회 사무실, 도시빈민 접견실, 주말에 운영되고 있는 영어강좌, 예배 공간으로 사용된다. 
 
현재의 면모를 갖추기까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붉은 벽돌로 외장했지만 내부는 사실 너무 형편 없었다. 싸구려 합판으로 얼기설기 쪽을 대었고, 벽과 천장엔 단열재(Insulation)를 넣지않아 여름엔 한증막 같고, 겨울엔 부실한 벽속에 숨어있던 칼바람이 손발을 꽁꽁 얼게한다. 
 
뼈대를 제외하고는 건물 내부를 다 바꿨다. 광야를 행군하는 이스라엘의 이동식 성막 건축의 달인이었던 오홀리압과 브사렐처럼 지혜로운 건축가인 조창연, 맹기재 목수가 탁월한 솜씨로 리모델링 했다. 아직도 미흡하긴 하지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종암 목사가 가세하여 입구에 튼튼하게 쇠기둥을 세우고, 녹슬지 않는 양철로 덮어 물품 하치장으로 달아 주었다. 소나기가 내릴 땐 비를 피하는 아늑한 공간이 되었고, 한여름 폭양을 피할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뿐만아니다. 제이 글로벌, 지구촌마켓, 키 월드, 라 그란데 슈퍼마켓에서 기증하는 수만개의 음료수, 중남미 산 열대 과일과 채소들이 쌓여 있다가, 거리급식과 푸드 뱅크(food bank)로 출하되는 수납 공간으로 한몫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때로는 불우한 이웃을 위해 모은 재활용품을 박스에 담아 놓아두는 곳이기도 하다. 사연이 담겨있을 소중한 소장품들-옷과 신발, 장난감, 운동기구, 악세사리, 캔 푸드를 마음의 보석상자에 담아 겸손히 놓고가는 사랑 나눔 터로 사용된다.
 
가슴 뭉클할 감동을 선사한 물품들이 여럿 있었다. 뒷굽이 약간 닳았을뿐 새것처럼 보이는 수십켤래의 구두와 신발들, 테니스 라켓과 깨끗한 공 세트, 깨끗히 세탁된 옷가지, 정성껏 갠후 향수까지 뿌려 백화점 쇼핑백에 담아 온 옷들은 도시빈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환하게 했는지 모른다.
 
반면에 마음을 안타깝게하는 물품도 여럿 있었다. 냉장고 반만한 구식 일제 46인치 TV, 작은 아파트에 십여명의 빈민들이 동거하는 공간에 사용하기에는 분명 크고 뚱뚱해서 불편하다. 가볍고 날씬하고 화질 또한 굉장한 최신 LED TV로 바꾸면서, 코끼리같은 괴물을 몰래 굿스푼에 내려놓고 간 것이다. 돌덩어리 처럼 묵직해서 장정 네명이 가까스로 처리해야 했다. 작은 장롱만한 구닥다리 오디어 세트, 구텡이마다 깨졌고, 스피커는 수명을 다해 전기조차 통하지 않았다. 한참동안 도끼질을 해서 달랑 자석을 꺼내야 했다. 
 
가장 마음을 다치게 했던 물품으론 빈대 매트리스만한 것이 아직 없다. 사무실 입구에 길게 걸쳐 놓은 허름한 매트리스 두 장, 습기찬 지하실에 오래 방치되었었는지 검은 곰팡이로 까맣다. 스프링은 탄성을 잃은채 눌려있고, 화폭삼아 그린 오줌 지도가 앞뒤로 누렇다.

맨바닥 보단 낫겠지 싶어 그 위에서 잠을 청했던 라티노의 목덜미와 팔목 언저리 수십 군데가 빨갛게 부어 올랐다. 밤사이 수백마리의 찐체(Chinche, 빈대) 군단의 공격을 받아 피를 빨렸고, 발진을 일으켰다. 지독스런 빈대 독은 여러달 가렵게 했고, 끝내는 스테로이드 로션을 발라야 했다. 
 
중고 재활용품을 나누는데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남에게 나눠져 유용하게 사용되려면 사랑과 정성이 담긴 것으로 해야 한다. 내게 폐품은 남에게도 쓰레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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