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향장육(五香醬肉)

오향장육(五香醬肉)

옛부터 ‘복달임’에 좋은 음식 3품이 있었다는데, “일품이 민어찜, 이품이 도미찜, 삼품이 보신탕”이라 했다. 여름철 최고 보양식 민어는 부위마다 각기 다른 맛을 내고, 젤라틴이 풍성한 부레를 기름장에 찍어서 먹는 맛은 과히 최고였다고 한다.

육류를 즐긴 서양의 귀족과 세도가들의 동양 향신료(Spice)에 대한 욕구가 서서히 유럽을 깨우기 시작해 세계사의 운명을 바꿨다. 이를 계기로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의 탐험가들의 대항해가 시작됐고, 해상무역을 주도하게 되었다. 동양의 신비스러면서 황금처럼 부가가치 높은 향신료를 찾기위한 목숨을 건 위험한 항해가 이어졌고, 인디아 말라바르 해안에서 후추를, 스리랑카에서 계피, 인도네시아 몰루카 제도에서 정향(Clove), 반다 섬에서 육두구(Nutmeg)와 팔각(Star Anise)…. 보석같고 묘약같은 향신료를 구해 유럽으로 유입하기 시작했다.

유럽인들은 왜 비싼 향신료를 황금과 바꿀 정도로 선호했을까? 냉장 설비가 없던 중세시대, 빵과 감자, 소금에 절인 저장육과 생선을 먹으며 식상해하던 유럽인들이 후춧가루를 친 신선한 스테이크를 맛보자 환장하기 시작했다. 육고기 요리에 매콤 쌉싸름한 정향 가루를 뿌리고, 사향 향기 가득한 육두구 가루를 넣어 조리하면 음식의 풍미는 더 고급스러워졌다. 고기 누린내를 제거하고, 성욕을 돋우는 강장제와 의약품으로 여겨졌다. 특히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흑사병과 유행성 독감(Influenza) 에 많은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후추와 향신료가 악취를 없애고 살균, 소독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그에대한 열망은 더욱 고조되었다

팔각형 별처럼 생긴 ‘팔각’의 향기는 까칠한 도시남성들이 좋아한다는 샤넬의 ‘알뤼르 옴므’(Allure Homme) 향수처럼 감미롭고 신선하다. 꽃잎이 활짝 펼쳐지기 전 채취하여 말린 모습이 못(Clove)과 흡사한 정향은, 세계 최고 조향사(Perfumer)였던 ‘파스칼 겔랑’이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를 위해 1853년 만들었다는 ‘오 드 콜로뉴 앵페리알’처럼 매콤 쌉싸름하면서 압도적인 향내를 발한다. ‘넛맥’으로 불리는 육두구는 살구처럼 생긴 과육이 농익어 벌어진 후, 씨가 햇볕에 바짝 마른 호두처럼 변하는데, 강판에 갈면 향긋한 사향 냄새가 번진다. 쿠바 아바나  선술집에 앉아 ‘노인과 바다’를 구상하던 헤밍웨이가 즐겨마신 ‘모히또’(Mojito)처럼 은은한 신사의 향기가 담겨있다.   

다섯가지 향신료(팔각, 정향, 계피, 오레가노, 산초)에 간장을 넣어 향이 녹아지도록 끓인 다음, 암퇘지 아롱사태를 넣어 오향이 흠뻑 배도록 삶는다. 실란트로, 양배추, 할라뻬뇨, 빨간 고추와 잣으로 고명을 얹은 오향장육에다  도토리 묵처럼 응고시켜 썰어 놓은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가을 들녁에 무르익는 오곡백과의 풍부한 향기가 스며든다.

오향장육은 췌장을 보호하고 위의 운동을 조화롭게하여 기를 돋구어 주며, 진액을 생성하고 폐 기능을 부드럽게하는 효능이 있다. 피의 흐름을 좋게하고, 기운을 북돋으며, 스테미너 강장제로 손색이없다.

굿스푼이 도시빈민들을 위해 여름철 ‘복달임’으로 거리급식한 오향장육(五香醬肉) 에도 다섯가지 향신료가 듬뿍 담겼다. 마늘, 양파, 생강, 파, 고수풀을 듬뿍넣어 영양과 맛과 풍미를 높였다.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를 넣어 샐러드를 만들었고, 라임 향기 물씬나는 레모네이드로 더위에 지친 빈민들을 섬겼다. 구슬땀을 흘리며 조리하던 봉사자들의 등 언저리가 소금기로 하얗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