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드라의 간절한 염원

에스드라의 간절한 염원

애난데일에 위치한 라티노들의 주거 지역에 ICE 요원들의 기습적인 단속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매주 3-4차례 군사작전처럼 펼쳐지는 불심검문에 주민들의 불안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예닐곱명으로 구성된 ICE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벌이는 작전 시간은 주로 야심한 밤과 동트기 직전 새벽이다. 미리 작성한 블랙 리스트를 확인 한 후 범법자의 이름과 소재가 파악되면 전격적으로 추방 대상자를 연행하고 있다. 그들을 수감하는 교도소엔 추방 대상자들로 만원 상태다. 예전보다 훨씬 간소해진 절차를 밟은 후 중남미로 강제 추방되고 있다.

과테말라 출신의 에스드라 춤(Esdra Chum, 34세)은 가족과 함께  페어몬트 아파트에  산다. 에스드라의 아내 까르멘 아하넬(28세)은 요즘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연행되고 자신과 어린 삼남매들은 내팽개쳐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엄습해서다.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이웃들의 불행한 소식들을 들을때마다  망연자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에스드라가 부모 곁을  떠나 미국에 첫번째 밀입국 했던 때가 15년전이다. 과테말라에서 ‘쁘리마리아’ (Primaria, 초등학교)를 갓 졸업 한 후 커피 농사를 짓다가  미국으로 밀입국 했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여전히 필요했던 어린나이에 시작한 고달픈 삶엔 언제나 유혹이 덫처럼 널려 있었다. 어느순간 술과 담배와 마약에 중독 돼버렸고 절망스런 늪에 함몰되고 말았다.  7년전 까르멘과 동거하며 시작했던 가정 생활은 평탄치 못했다. 첫째 딸 바네사를 낳았던  2013년 여름 어느날, 공공장소에서 음주와 고성방가 죄목으로 경찰에 연행됐었고 수감 후 과테말라로 추방되고 말았던 것이다. 

에스드라가 다시 가족 곁으로 돌아오려고 꼬요떼 마피아에게 알선료로 건낸 돈이 5000달러였다.  멕시코 레이노사(Reynosa) 국경을 밀입국하여 애난데일까지 돌아오는데 꼬박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철없던 젊음이 무분별하게 벌였던 죄와 허물들, 그리고 가족들이 고스란히 치뤄야 했던 혹독한 대가를 회개하는 시간을 갖던 어느날 그는 전능자를 만났다. 동이 서에서 먼 것처럼 그의 죄를 옮기시고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기적적인 은혜를 체험 한 후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오랜 중독에서 해방되었고 페인트 공으로 취직하여 다섯 식구를 부양하는 듬직한 가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메릴랜드 하얏츠빌에 위치한 ‘이글레시아 푸엔떼 데 비다 에떼르나’ (Iglesia Fuente de Vida Eterna, 영원한 생명의 다리 교회) 에 출석하면서 신앙도 점점 깊어졌고, 매주 화, 금요일 저녁 가정교회 목자로 도시빈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잠시나마 행복해하던 에스드라 부부가 걱정과 두려움에 가득한 채 하나님께 염원하고 있다. 이미 한차례 추방됐었던 그가  ‘도스 베세스 모하도’ (Dos Veces Mojado, 두번째 밀입국) 범법한 사실이 발각되어  또 다시 추방되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저들의 탄원이 하늘 보좌에 닿아 세상이 줄 수 없는 주의 평강이 임하길 소망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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