쁠라따 오 쁠로모 (Plata o Plomo)

쁠라따 오 쁠로모 (Plata o Plomo)

스페니쉬로 ‘쁠라따’ (Plata)는, 은( 銀) 곧 돈을 의미한다.  쁠로모(Plomo)는 납 (鉛), 총탄을 의미한다.  마약 카르텔을 확장하면서 라이벌 마약 조직은 물론, 정치인, 각료, 군 경찰, 미국 DEA 요원까지 닥치는 대로 포섭하거나 제거할 때 걸었던 슬로건이  ‘쁠라따 오 쁠로모’ 이다. ‘뇌물 먹고  포섭될래 아니면 총탄 맞고 죽을래’.. 양자 택일을 촉구하는 말이 섬뜩하다.

콜롬비아의  두번째 도시 메데인은 해발 1500 m고원지대로 연중 섭씨 20도를 유지하는 쾌적한 곳이다. 본래 그곳은 섬유, 의류 사업이 활발 했었지만  점차 금, 보석 등 사치품을 밀수하는 곳으로 변모되었다.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도 절도와 밀수로 잔뼈가 굵었다.

70년대 미국에서 반전 운동과 히피의 등장으로 마리화나 수요가 급증하자 메데인은 마약 수출 전진기지로 변모한다. 25세의 예비 마약왕도 공권력을 매수하여 마약 운반에  수완을 발휘했고 서서히 장악력을 키워갔다. 이후 코카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천문학적인 달러가 유입되자  군소 마약 조직들을 통합하여 마약 제조, 운반, 판매를 극대화시킬  ‘카르텔’을 조직한다.  잔인한 살해자 호세 가차, 밀매 네트워크를 갖춘 오초아 패밀리, 영어 소통이 자유로우면서 인맥이 두터웠던 까를로스 레데르가 운반을 맡으면서  사악한 코카인 왕국이 탄생했고, 인류 사회 가장 더러운 비즈니스가 흥왕되기 시작했다.

코카인 밀매로 매일  50만달러씩 벌어들였다.  89년엔   250억 달러를 축적하여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갑부 7위에 올랐다.   기부천사 처럼  미소를 머금고 병원을 지었다.  운동장 건설,  사설  동물원  설립, 빈민 가족 1000명에게 무상 주택을 제공했고, 일간 신문 재정 후원자…약자와 빈자들의 구원자로 추앙을 받기에 이른다.

국민은 그를 자유당 국회의원으로 선출했다. 현역 법무부 장관이 그의 부정 선거와 마약 밀매 대금 유입을 지적하자 순식간에 잔인한 살인마로 돌변했다.  장관과 해당 폭로 기사를 올린 유력 일간지 ‘에스뻭따도르’ (Espectador) 의 편집장을 살해 했고 신문사 사옥에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대통령 후보 4명 암살, 여객기 폭파로 100여명 살해, 연쇄 폭탄 테러로 400여명 살해, 한 해에만 3500명을 살해했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았던 콜롬비아 메데인의 마약 왕 빠울로 에스꼬바르의 잔인했던 실화를 기초로 만든 영화가 ‘파라다이스 로스트’ (Paradise Lost)다. 콜롬비아와 미국은 그를 ‘공공의 적’으로, 국민들은 ‘기부천사’라 불렀다.

에스꼬바르 역을 맡았던 베니치오 델 또로(Benicio Del Toro)의 연기를 통해 인간 내면 속에 숨겨진 야수적 잔인함과 죄를 속죄 받으려는 듯 빈자와 약자들에겐 따뜻한 기부 천사로 돌변하는 이중성의 모호함을 다뤘다.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를 파멸로 떨어뜨리면서 벌어들인 마약 대금은 일만 악의 뿌리에 불과했다. 영혼의 안식처에서 축출당한 인간들의 원초적인 죄와 벌, 그리고 비극적인 악의 결말을 보는 듯 하여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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