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레타’ 에 담은 사랑과 그리움

‘술레타’ 에 담은 사랑과 그리움

한해동안 무성했던 신록들이 연분홍 단풍으로 바뀌는 가을이면 라티노 도시빈민들의 마음에도 가족에대한 그리움이 켜켜 쌓인다. 추수감사절, 성탄절, 세모가 가까우면 이국땅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홀로 막노동하던 라티노들이 떠나온 고향산천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간양록 (看羊錄)을 쓰듯 처연해진다. 그립다고, 보고싶다고  쉽게 왕래할 수 없는 라티노들이 ‘술레타’ 택배 박스에 사랑과 그리움을 대신 채워 담는다. 워싱턴지역에 성업중인 택배 업체가  ‘뜨란스뽀르떼 술레타 인떼르나쇼날’ (Transportes Zuleta International) 이다. 플로리다 마이에미에 본사를 두고 25년전 부터 미국 전역에 라티노 커뮤니티가 있는 곳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술레타’에 전화하면 여러 규격의 박스를 가지고 에이전트가 방문한다. 박스에 무엇을 담든지  무게엔 상관이 없으나 박스 사이즈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평소 가족들이 요청한 생필품, 선호하는 선물들의 리스트를 만든 후 쇼핑을 시작한다. 구세군, 굿 윌, 유니크의 중고품 매장에서 형편껏 의류, 신발, 장난감, 소소한 기계류와 의료 보조기구들, 부패하지 않는 식품들을 구입하여 박스 한켠에 차곡차곡 채운다. 절대로 넣어선 안될 금지 물품도 있다. 현금, 마약류, 골드와 보석류, 무기류와 불법 서류 등은 금지품목이다. 물품을 검수 한 후 의뢰인이 보는 앞에서 박스를 닫아 봉인하면 박스 사이즈에 따라 금액을 정한다. 가로, 세로, 높이가 20X20X20 정도는 170 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가장 큰 박스(36X24X24) 는 350달러를 내야한다.

준비된 박스는 타코마 파크에 있는 ‘술레타’ 수화물 컨테이너에 담겨지고, 볼티모어 항구에서 중미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로 운송되는데 보통 20일 정도 걸린다. 이윽고 ‘술레타’ 박스가 도착하면 뛸듯이 기뻐하는 가족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여 그 즉시 전송함은 ‘술레타’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분실없이 택배를 완성했는지 영수증 대신 확인시켜 주기 위함이다.    

전기 기술자 다니엘 오르티즈(60세)는 과테말라 싼타 크루스가 고향이다. 고향집에는 그의 부친  로물로 오르티즈(97세)와 노모 바르똘로 루아노(87세)가 생존해 계신다. 두 양주의 슬하에 16형제를 두었고, 결혼한 자녀들을 통해 증손자들까지 약 70여명의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고령의 부모가 아직 정정하시다. 텃밭에서 유기농 채소를 키워 자급자족하고, 앵두처럼 작고 앙증맞은 ‘찔떼페’ (Chiltepe) 고추와 보라색 양파, 씰란트로, 토마토를 잘게 썰어 넣고, 바다 소금과 우물물로 간을 해서 만든 ‘찔떼페’ 소스를 ‘엠빠나다’(만두)와 따말레스에 뿌려 먹길 좋아하신다. ‘찔떼페’ 소스가 노인성 질환과 각종 궤양을 예방하고 위 속에 더부룩한 개스를 제거해 주는 효능이 있어선지 노인은 돋보기없이 미국에 거주하는 8남매가 보내준 편지를 읽고, ‘술레타’ 박스에 담긴  자녀들의 선물을 챙기며 반색한다. 보청기 없이도 어린 증손자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고, 부지런히 텃밭을 가꾸며 행복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술레타’ 박스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느라 재활용품 가게를 부지런히 전전하는 라티노들이 ‘미엘 데 아베하’(Miel de Abeja, 꿀벌) 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도시선교 문의: 703-622-2559 / jeukkim@gmail.com)